큰 스타들 탈락 속, 이탈리아 선수들 빛난 프랑스오픈 비 오는 날

비와 우울함이 감도는 롤랑가로스의 하루, 프랑스오픈에서 여러 톱 시드 선수들이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대회 판도가 흔들렸다. 그러나 이런 혼돈 속에서도 이탈리아 선수들은 빛나는 활약으로 파리의 붉은 클레이 코트를 수놓으며 당당히 3회전에 진출했다.

가장 큰 이변은 수잔 랑글랑 코트에서 벌어졌다. 프랑스오픈 준우승을 두 차례 경험했던 7번 시드 카스퍼 루드는 무릎 부상의 악화로 인해 경기 내내 고전했고, 포르투갈의 누누 보르제스에게 2-6, 6-4, 6-1, 6-0으로 패했다. 루드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몇 주째 이어진 부상으로 움직임과 샷 조절이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충격은 20번 시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의 탈락이다. 이탈리아 예선 통과자 마테오 지간테는 강력한 경기력과 침착함으로 치치파스를 6-4, 5-7, 6-2, 6-4로 제압했다. 이는 지간테의 커리어 최대 승리이자, 치치파스의 2018년 이후 프랑스오픈 최단기 탈락이다. 치치파스는 “내 성숙하지 못한 플레이와 올 시즌 전반의 어려움이 겹쳤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선수들은 습하고 무거운 코트 조건을 잘 활용하며 일제히 눈에 띄는 성과를 올렸다. 4번 시드 야스민 파올리니는 필립 샤트리에 코트에서 호주의 아일라 톰리아노비치를 6-3, 6-3으로 완파했다. 경기 전, 파올리니는 라파엘 나달의 전 코치 마르크 로페즈와 훈련한 인연을 언급하며 나달의 센터코트 발자국에 손을 얹는 세리머니를 해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첫 경기보다 훨씬 나아졌고, 이 코트에서 다시 뛸 수 있어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자부 8번 시드 로렌초 무세티 역시 콜롬비아의 ‘럭키 루저’ 다니엘 갈란을 6-4, 6-0, 6-4로 제압하며 클레이코트에서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몬테카를로 결승, 마드리드 및 로마 4강 진출로 자신감을 얻은 무세티는 “시작부터 끝까지 견고한 경기였다”고 밝혔다.

한편, 상위권 시드들은 대체로 무난하게 3회전에 진출했다. 디펜딩 챔피언 카를로스 알카라즈는 헝가리의 파비안 마로잔에게 한 세트를 내주었지만 6-1, 4-6, 6-1, 6-2로 승리하며 복수를 완수했다. 세계 1위 이가 시비옹테크는 영국의 엠마 라두카누를 6-1, 6-2로 꺾고 롤랑가로스 23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여자 세계 2위 아리나 사발렌카는 스위스의 질 타이히만에게 첫 게임을 내줬지만 이후 경기를 장악하며 6-3, 6-1로 승리했고, 12번 시드 엘레나 리바키나는 미국 와일드카드 이바 요비치를 6-3, 6-3으로 꺾었다.

이탈리아 선수들의 강인함과 집중력은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혼전 양상 속에서도 꾸준한 활약을 보이고 있는 그들은 대회 후반으로 갈수록 더 큰 존재감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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