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랑가로스의 클레이 코트는 뜨거운 파리 햇볕 아래에서 구워지고 있으며, 세계 최고의 테니스 선수들조차 한계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디펜딩 챔피언인 카를로스 알카라스는 예상치 못한 접전을 벌이며 간신히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지만, 아리나 사발렌카와 정친원은 인상적인 활약을 이어가며 프랑스 오픈의 뜨거운 날씨 속에서도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습니다.
2번 시드인 카를로스 알카라스는 평소 클레이 코트에서의 유려한 움직임으로 찬사를 받아왔지만, 3회전 경기에서는 예상보다 훨씬 더 고전했습니다. 보스니아의 다미르 주무르를 상대로 6-1, 6-3, 4-6, 6-4로 승리하긴 했지만, 알카라스는 경기 후 “그다지 즐겁지는 않았다”면서 “꽤 고생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첫 두 세트를 손쉽게 따낸 후, 그는 주무르에게 세 번째 세트를 내주고 네 번째 세트에서도 위협을 받는 등 고전했습니다. 섭씨 30도 중반까지 치솟은 고온은 선수들의 경기력 기복에 분명한 영향을 주었으며, 체력과 집중력을 시험에 들게 했습니다.
한편, 여자 세계 랭킹 1위인 아리나 사발렌카는 반대로 자신의 경기력을 거침없이 과시하며 손쉽게 대진표를 통과하고 있습니다. 벨라루스 출신의 사발렌카는 1~3회전에서 단 10게임만을 내주는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3회전에서 올가 다닐로비치를 6-2, 6-3으로 압도했습니다. 강력한 스트로크와 공격적인 스타일은 뜨거운 날씨로 인해 빨라진 클레이 코트와 잘 맞아떨어지며, 그녀가 경기의 주도권을 쥐고 상대를 압도하게 하고 있습니다. 메이저 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한 경력이 있는 사발렌카는 현재 롤랑가로스 우승 후보로서의 위용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중국의 올림픽 챔피언 정친원 역시 조용히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8번 시드인 그녀는 캐나다의 10대 유망주 빅토리아 음보코를 6-3, 6-4로 꺾었는데, 세트 스코어는 스트레이트 승이었지만 경기 내용은 팽팽한 접전이었습니다. 무더운 여름으로 유명한 중국 우한 출신인 정친원은 경기 후 “저는 정말 더운 곳에서 태어났어요. 그래서 이런 더운 날씨에 잘 적응합니다”라며 오히려 더운 날씨를 반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녀는 점점 완성도를 더해가는 올코트 플레이와 점점 더 과감해지는 공격성으로 대회 후반부에서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프랑스 오픈이 중요한 2주 차에 접어들면서, 선수들에게 요구되는 신체적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입니다. 알카라스처럼 힘겹게 돌파구를 찾아가는 이들도 있지만, 사발렌카와 정친원처럼 오히려 더위 속에서 살아나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경기력을 보면, 뜨거운 날씨에 대한 적응력과 뛰어난 테니스 기술이 결합된 선수들이 궁극적으로 쿠프 데 무슈케테르(남자 단식 트로피)와 쿠프 수잔 랭글렌(여자 단식 트로피)을 들어 올릴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