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말아요]⑤ The Art+ 이영순 단장 ‘소녀와 꽃’으로 무용 인생 2막 열다
[잊지말아요]⑤ The Art+ 이영순 단장 ‘소녀와 꽃’으로 무용 인생 2막 열다
  • 곽승하 기자
  • 승인 2019.05.27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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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줄 나라가 없어 꽃다운 나이에 강제로 위안부에 끌려간 할머니들. 젊은 날을 눈물의 세월로 보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한과 아픔을 어루만져 드리고 싶은 마음 하나로 젊은 예술인들이 재능기부로 뭉쳤다. 그 결과물이 헌정 앨범 ‘소녀의 꽃’이다. 후렴구를 가득 채운 ‘잊지말아 달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연재 기획 인터뷰 [잊지말아요]를 기획했다. 재능기부로 참여한 젊은 예술인들과 일본군 성노예제로 인한 피해가 잊히지 않게 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터뷰를 통해 조명해보려 한다. -편집자 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헌정곡 ‘소녀와 꽃’ 프로젝트의 감동을 더한 이들이 있다. 그 주인공은 무용을 통해 곡이 가진 아련함을 배가시킨 ‘The Art+’ 소속 이영순 무용단이다.

특히 ‘소녀와꽃’ 프로젝트에 이영순 무용단의 참여할 수 있었던 건 이영순 단장의 헌신 덕분이었다. 단원들을 독려하고 자비를 털어 의상을 맞춘 그는 춤과 무대를 통해 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어떻게 표현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잊히지 않아야 함에도 조금씩 잊혀 가고 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삶을 춤을 통해 기록하려 애쓰고 있는 이영순 무용가를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잊지 않기 위해 시작한 연재 기획 인터뷰 ‘잊지말아요’의 다섯 번째 주인공으로 선정했다.

▲이번 소녀와 꽃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가수 성국씨가 ‘소녀와 꽃’이라는 음악이 있다며 들려줬어요. 음악을 듣는데 슬프고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아무래도 무용을 하다 보니 음악을 들으면 어떤 안무가 어울릴지를 생각하게 되는데 이 음악은 듣자마자 안무의 윤곽이 잡혔어요. 두 번째 음악을 듣고 함께 무언가를 하자는 이야기를 나눈 후 6월 공연을 예정했는데 시간이 점점 당겨져 2월에 헌정식을 했고, 5월에 성남창작무용제를 통해 정식 공연을 하게 됐어요”

▲ 헌정식에서의 공연 준비가 힘들었다고 들었는데

“헌정 공연이다 보니 무용단 단원들에게 출연료 없이 참여해 줄 수 있을지를 물었어요. 고맙게도 취지가 좋아서 다 함께 해줬죠. 의상비는 내 사비로 책임을 질 생각이었는데 모두가 참여해서 지출이 좀 많았지만 그래도 단원들로부터 더 큰 감동을 받을 수 있었어요. 멤버가 정해진 후 안무를 잡기 시작했어요. 안무를 짜다 보면 어떤 곡은 정말 진도가 안 나가는 곡이 있는데 ‘소녀와 꽃’은 금방 콘셉트를 잡고 안무를 짰어요. 단원들도 빠르게 따라와 주고 의상도 잘 나오고 하다 보니 몰입해 안무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2월 헌정식도 그렇지만 5월 창작무용제도 정말 감동스러웠다. 어디에 포인트를 뒀나?

“보통 작품을 하면 음악에 가사가 있으면 그 가사에 맞춰 안무를 구성해요. 그런데 ‘소녀와 꽃’은 가사에 안무를 맞추면 반복되는 형태를 띠기 때문에 위안부 할머님의 삶을 스토리화 시킨 안무로 콘셉트를 잡았어요.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삶에 대한 전시가 있는데 그걸 토대로 삶을 그리려 노력했어요”

▲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많은 것을 느꼈을 것 같은데

“잊으면 안 되는 것들을 내가 많이 잊고 살았음을 깨달았어요. ‘소녀와 꽃’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던 중 국중범 의원으로부터 김복동 할머님이 소천했다는 문자를 받았죠. 당시 자료들에서 계속 김복동 할머니를 보고 있었는데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가슴이 먹먹하더라고요. 성남시청 평화의소녀상을 찾으니 지킴이 분들이 조문할 수 있게 만들어 놓으셨는데 아무 음악도 틀 수가 없어 적막감이 가득했어요. 그래서 이제이 대표에게 연락해 허락을 구하고 ‘소녀와 꽃’ 음악을 틀어드렸죠. 제주도 평화의소녀상에서도 ‘소녀와 꽃’을 틀어드렸다고 하더라”

▲ 헌정식에서 무용을 보며 무대를 앞두고 있던 가수 한여름 씨가 눈물이 날 뻔했다고 하더라

“마음은 똑같은 거 같아요. 마음이 열려 있기에 그 작은 손짓에도 감동을 받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날 사회를 본 분이 내 남편이었는데 아나운서이기도 하고 시인이기도 해요. 그래서 그날 소개 멘트를 직접 작성하는 걸 봤는데 내용 중 ‘과거 역사의 고통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는 부분에서 깊은 슬픔을 느꼈어요. 그 때문에 무대에서 더 감정이 폭발한 것 같아요”

▲ ‘소녀와 꽃’ 무대 중 들었던 평가 중 인상적인 부분은?

“3.1절에 야외 특설무대서 공연을 했어요. 거기서도 헌정식 때 나온 영상에 맞춰 춤을 췄죠. 그때도 가수 성국이 부르는 노래에 맞춰 춤을 췄는데 그런 조화로움에 사람들이 더 좋았다고 해주더라고요”

▲ 어떤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고 싶나?

“전국에 평화의 소녀상이 많이 있는데 그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이 공연을 하고 싶어요. 그 공연을 통해 많은 사람이 스치듯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5분, 10분을 서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이번에 많은 것을 배웠어요. 우리가 대충 아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삶과 진짜 현실은 정말 다르더라고요. 그 현실을 알게 되고 정말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일본군으로부터의 피해뿐 아니라 연합군에게 포로수용소로 끌려가 당한 고난, 가족들과 세상의 외면 등을 접하면서 너무 마음이 아파서 안무 대본을 한동안 쓰질 못했어요. 작품을 준비하는 동안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더라고요. 이 작품은 가벼우면 안 되는 작품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무겁게는 가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희망을 담고 싶었어요”

▲젊은 예술인 모임 ‘The Art+’를 이끄시고 있는데, 모임을 만든 계기는?

“가수 성국은 지난해 알게 됐지만 그 외에 참여하고 있는 김계희 밴드 단장과 슈퍼빅밴드, 코주빅이라는 분들과는 15년 지기다. 평소 컬래버레이션 공연을 많이 이야기해왔는데 작년부터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어요. 그만큼 주위에서 보는 눈도 많아지고, 긍정과 부정의 시선들이 함께 쏟아졌죠. 좀 복잡한 상황이긴 한데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안무하는 게 제일 재미있어요. 무대는 중독성이 대단하거든요. 그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는 정말 힘들지만 무대에서의 희열로 인해 무대에 계속 서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무대가 끝나면 당분간 공연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지만 다음 공연을 구상하는 내 모습을 보게 돼요”

▲ 또 어떤 이야기들을 예술을 통해 표현하고 싶나?

”그동안 내가 해온 작품들이 모든 사람이 삶이라는 것에 잘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이었요. 악플러로 인해 힘들어 생을 버린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도 했고, 우울증을 소재로 한 작품도 했죠. 묻지마 폭행과 살인 등에 관한 내용도 있었고, 작년에는 미투로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아직 차기 안무는 뭘지 정하진 못했어요. 앞으로의 사회가 내게 어떤 영감을 줄지에 따라 그 무대에서의 이야기가 결정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사회적 문제들을 꼬집는 내용인 건 분명할 것 같아요.

▲ 이영순 단장에게 ‘소녀와 꽃’은?

“내 무용 인생의 2막이라고 생각해요. 대학을 나오고 무용단 생활을 하다가 20년 동안 학원을 했어요. 올해부터 새로운 걸 해보고 싶어서 작년 학원을 그만뒀고, 이후 성국과 인연을 맺게 됐죠. 그리고 새로운 시작과 함께 ‘소녀와 꽃’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래서 인생 2막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앞으로의 계획은

지난 8일 성남창작무용제를 통해 ‘소녀와 꽃’ 완성 버전을 선보였어요. 정말 잘 짜인 공연이다 보니 한 번으로 끝내는 게 너무 아쉽더라고요. 다른 곳에서도 이 공연을 보여주고 싶어서 알아보고 있어요. 꼭 한 번 보러 와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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