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피플]SK 최태원의 행복경영과 록펠러의 사회기부가 만나는 꼭짓점
[굿피플]SK 최태원의 행복경영과 록펠러의 사회기부가 만나는 꼭짓점
  • 조은형 기자
  • 승인 2019.05.20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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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비교하기, 존 록펠러vs최태원

한국 사회에 지속가능한 성장과 더불어 사회가치를 증진시키는 기업경영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사회공헌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다수 기업들의 활발한 활동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SK그룹 최태원 회장 행보가 눈에 띈다. 최근 최 회장은 ‘더블 보텀 라인(Double Bottom Line)’을 경영 실적 평가에 적용하고 있다. 계열사의 영업활동과 사회적 가치 증진 활동을 각각 50%의 비율로 평가하는 것이다. 미국의 또 다른 인물이 최 회장의 활동과 겹친다. 존 록펠러와 최태원. 두 사람은 하나의 꼭짓점으로 만난다.

존 록펠러(좌)와 SK그룹 최태원 회장(사진=구글이미지, SK그룹 제공)
존 록펠러(좌)와 SK그룹 최태원 회장(사진=구글이미지, SK그룹 제공)

 

자선사업으로 神에 응답한 사업 천재

존 록펠러는 1870년대 후반 미국 정유 생산 95%를 점유했던 미국 역사에 남을 사업가 이자 부자의 대명사다. 동시에 가장 많은 돈을 기부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신은 내게 돈 버는 능력을 부여하셨다”

 

미국에서 첫 유정이 채굴되고 1년 후 존 록펠러는 정유산업의 잠재력을 본다. 그의 통찰력대로 정유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1870년, 백만 달러로 석유 회사 ‘스탠더드 오일’을 설립해 미국을 넘어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된다.

이 사업 천재는 물불 가리지 않는 사업가였다. 석유 사업 확장의 필수 기반인 철도을 손에 쥐고, 리베이트와 뇌물로 경쟁자들을 물리치며 미국의 정유시장을 장악했다. 급기야 1882년에는 40개 회사를 카르텔보다 더 강력한 형태인 트러스트(trust)로 묶자 ‘당대 가장 혐오스러운 인물’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록펠러로 인해 미국에서는 독점금지법이 발효되기까지 했다. 그의 재산은 계속 늘어서 1913년에는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신이 명하는 대로, 더 많은 돈을 주위 사람들에게 써야 한다”

 

그가 억척스럽게 돈을 모았다고, 탐욕스런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은퇴 후 그는 자선사업에 몰두하고 죽을 때까지 검소한 농부로 살았다. ‘세계 인류의 복지증진’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록펠러 재단을 출범시키고 시카고대학교 설립을 시작으로 의학연구소와 다양한 교육재단 설립을 위해 기부 활동을 펼쳤다.

1920년대 말 대공황 때도 그는 사회기부에 앞장섰다. 실업난 해소를 위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후버댐, 금문교를 건립했다. 록펠러 센터를 계획보다 훨씬 더 큰 고층빌딩으로 확대 건설해 실업 해소에 기여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연합이 설립되자 그의 재단은 뉴욕 시내의 땅을 매입해 UN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무상으로 기증하기까지 했다. 록펠러의 기부는 지금의 미국을 빛내는 데 공을 세우고 있다.

그는 극빈자에게 직접 돈을 주거나 음식물을 지원하는 일 등은 하지 않는다. 진정한 자선사업은 빈자와 부자가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가장 큰 노력을 교육사업에 기울인 것도 여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는 사람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길 바랐다. 그가 분명한 자본주의자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Voluntarily, Willingly(자발적, 의욕적)'

존 록펠러의 일생을 훑어보면 SK그룹을 이끄는 최태원 회장이 떠오른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사회적 가치 경영을 강조하며 행복재단을 세우고 교육과 사회기부에 앞장서고 있다.

SK그룹이 우리나라 대표 석유 정제품 제조업을 경영하고 있다는 점도 최태원 회장과 록펠러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이다. 공교롭게도 최 회장은 시카고대학교(시카고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박사 통합과정) 출신이다. 둘은 좌우 대칭한 데칼코마니 그림처럼 보인다.

 

“기업은 꼭 돈에만 중심을 둬야 할까? 이 의문에서 시작한 게 바로 소셜 밸류다”

 

지난 1월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전 세계 최초로 ‘소셜 밸류 세션’을 주관했다. 그는 포럼을 열면서 “(SK그룹) 회장에 취임한 후 10년 동안은 철저하게 기업인으로 살았지만, 이후부터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그는 ‘더블 보텀 라인(Double Bottom Line)’을 계열사 경영 실적 평가에 적용하고 있다. 영업활동과 소셜 밸류, 즉 사회적 가치 증진 활동을 각각 50%씩 똑같이 두고 평가하는 것이다. ‘소셜 프로그레스 크레디트(Social Progress Credit)’를 운영하며 사회적 기업이 만든 소셜 밸류를 현금으로 보상해주기도 한다. 현재까지 이 제도를 통해 130여 개 기업이 사회가치증진 성과를 현금으로 돌려받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2013년부터 ‘사회적 기업가 MBA’ 2년 과정을 개설했고 사회적 기업 전용 민간 펀드도 만들었다.

 

“기업의 목표는 돈이 아니라 구성원과 사회의 행복이어야 한다”

 

최 회장은 회장 취임 후 그룹 경영에서 ‘Voluntarily, Willingly’를 강조한다. 이는 최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사회사업과도 같은 맥락이다. 구성원 스스로 도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는 것. 최 회장은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는 구성원 중심, 즉 사람 중심의 기업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궁극적으로 돈보다 행복에 중심을 맞추고 SK그룹을 경영하고 있다. SK그룹 신년회에서 약속한 ’행복토크‘도 행복경영의 일환이다. 최 회장은 3월 초까지 서른 번 이상 계열사 사업장에 찾아가 직접 행사를 진행했고 직원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했다.

그룹 밖에서도 행복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 말 최 회장은 SK 주식 520억 원을 ‘최종현학술원’에 증여했다. 최종현학술원은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의 인재양성 뜻을 계승한 학술재단이다. 최태원 회장은 이 학술원을 글로벌 석학들이 교류하는 아시아 최고의 ‘싱크탱크’로 육성할 계획이다. 자신의 SK 주식 지분율이 23.4%에서 22.9%로 줄어드는 것을 흔쾌히 감수했다.

KAIST ‘사회적 기업 MBA 과정’ 외에 지난해부터는 연세대와 손잡고 혁신 인재 양성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종현 선대회장에서부터 시작된 장학퀴즈(1973년 시작)와 한국고등교육재단(1974년 시작)을 통해 선발 장학생들에게 장학금뿐 아니라 해외 최고 수준 교육기관에서 박사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조건 없이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지금까지 44년간 장학생을 선발해 지원하고 있고 740여 명의 박사가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중국에서 진행하는 청소년 장학퀴즈, 세계를 상대로 한 재해구호 활동, 중동에서 진행한 컴퓨터 기부 등은 선대 회장이 시작돼 최태원 회장까지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Voluntarily, Willingly' 사회적 가치 증진 활동이다.

최 회장은 5월 28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제1회 ‘사회적 가치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일자리 부족, 환경오염, 장애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주제로 인종과 성별, 계층을 넘은 강연과 토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2018년 KAIST 사회적기업가 MBA 학생들의 영국 해외연수 현장 모습.(사진=SK 제공)
2018년 KAIST 사회적기업가 MBA 학생들의 영국 해외연수 현장 모습.(사진=SK 제공)

사회가 성장할 때 기업도 성장한다

행복경영 기조를 실천하는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기부금 예산도 점차 늘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SK 주요계열사 14곳이 2018년 3분기까지 지출한 기부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69억 원 증가한 1168억 원이다. SK하이닉스가 전년동기대비 95억 원 늘린 337억 원을 기부했다. 지주사 SK(주)가 66억 원 증액해 156억 원, SK에너지가 40억여 원, SK건설이 33억 원을 더 늘려 기부했다. SK그룹 계열사 3곳(SK네트웍스, SK이노베이션, SKC)은 실적이 감소했음에도 1년 전보다 더 많이 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두 ‘사회가 성장해야 기업도 성장할 수 있다’는 SK그룹의 지향 가치가 만든 결과다.

SK그룹은 올해 신년회에서 SK 구성원의 4가지 행동원칙을 제시했다. 함께 행복을 키우기 위해 ▲회사의 제도 기준을 관리에서 행복으로 바꿀 것 ▲평가 요소 중 사회적 가치 비중을 50% 늘릴 것 ▲구성원의 개념을 확장할 것 ▲작은 실천 방법들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SK의 사회공헌 전문재단인 ‘행복나눔재단’은 벌써 출범 10주년을 넘겼다. 행복나눔재단은 지난 10년 동안 사회적기업 육성을 비롯해 400개에 달하는 파트너 사회적 기업에 임팩트투자(사회적 가치 증진 목적)와 판로지원, 인센티브 지원 등을 실천했다. SK하이닉스, SM엔터테인먼트, LH공사 등과 ‘행복얼라이언스’를 결성해 사회 전체에 분산된 사회공헌 활동과 자원을 결합해 소셜 밸류 증진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올초 최태원 SK회장의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의 행복토크 모습.(사진=SK 제공)
올초 최태원 SK회장의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의 행복토크 모습.(사진=SK 제공)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치겠다”

존 록펠러와 최태원 회장은 성공한 기업가이자 자본가이다. 사회 나눔을 실천한다고 해서 이들을 무조건적인 평등을 부르짖는다거나 자원을 배분하는 사회주의자라고 볼 수 없다. 기본적으로 경쟁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물고기를 잡아주려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주려는 ‘경쟁주의자’들이다. 지속가능한 사회는 물질적•정신적 가치를 지속해서 생산할 때 가능하다. 물고기만 나눠주다가는 그것을 다 먹고 난 후 모두 굶어 죽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교육사업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 사회 가치를 증진하겠다는 뜻이다.

존 록펠러는 사회사업들이 자생력을 갖추게 하는 데 가장 신경을 썼다. 그렇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고 생각했다. 아프리카에 있는 대학교에 장학금은 줘도 아프리카 난민을 위한 음식물을 제공하지는 않았다. 빈자들에게 기회를 주고 스스로 돈을 벌 기회와 능력을 만들어주는 역할에 힘썼다. 최태원 회장의 원칙인 'Voluntarily, Willingly'도 이와 참 많이 비슷하다. 가치를 만들기 위한 원칙이라는 측면에서 가치가 크고, 단순한 기업 포퓰리즘과 상반된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대다수 성원이 공감하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으로 최태원 회장의 사회적 가치증진 경영을 눈여겨 볼 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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