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보호' 임순례 감독과 카라가 꿈꾸는 길
'동물 보호' 임순례 감독과 카라가 꿈꾸는 길
  • 조수희 기자
  • 승인 2018.03.20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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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어스)
(사진=위어스)

[위어스=조수희 기자] 임순례 감독이 동물보호단체 카라와 서울 동물 복지 지원센터에서 학대받은 강아지들의 입양을 위한 행사를 열었다. 몇가지 부분서 아쉬움이 남았지만 카라와 임순례 감독이 지향하는 길을 보여준 행사였다.

15일, 상암동 서울 동물 복지 지원센터에서 동물보호단체 카라가 주관한 '렛츠 봄봄 유기견 입양 행사'가 개최됐다. 이날 카라와 서울시가 주관하는 유기견 25마리 입양 행사와 함께 임순례 감독의 유기견 토크쇼가 진행됐다. 특히 임순례 감독의 참석에 힘입어 이날 유기견 입양 행사에서는 유기견 25마리 중 5마리가 입양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행사를 통해 입양된 5마리는 불법 강아지 번식장과 비위생적인 보호시설에서 구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카라 관계자는 "마포구에 있는 애니멀호더(Animal Hoarder)에게서 믹스견을 구출했다. 애니멀 호더는 아이들을 중성화 수술을 시키지 않고, 한정된 공간 안에서 무조건 숫자만 불려서 골치가 아프다. 애니멀 호더를 처벌할 법안도 없어서 그분에게 아이들을 입양 보내자고 설득하는 방법밖에는 없다"며 유기견을 구조하게 된 경위를 밝혔다.

그런가 하면 서울 동물 복지 지원센터에서는 유기견 사회화 교육실, 입양 상담실을 시민에게 개방했다. 행사에 참여한 시민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자원봉사자의 협조로 유기견에게 간식을 제공하고, 사람의 손길이 그리운 유기견들과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두 번째, 세 번째 날 행사에서는 유기견 사회화 교육, 반려동물 장난감 만들기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첫 번째 날 행사에서는 임순례 감독의 토크쇼 외 별다른 프로그램이 짜여져 있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오후 3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된 이날 행사는 긴 행사시간에 비교해 구성이 다소 약해 현장을 찾은 이들을 아쉽게 했다.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입양 행사자에게 질문을 던지기 전에는 입양 정보, 반려동물 돌봄 정보도 얻기 힘들 정도였다. 다만 임순례 감독의 유기견 토크쇼는 동물권의 의미, 카라의 활동, 동물 보호의 필요성을 절감할 수 있는 의미깊은 자리였다. 영화인 임순례 감독을 넘어서, 동물을 사랑하는 카라 대표로서의 그의 또 다른 면모도 알 수 있던 자리였다.

(사진=위어스)
(사진=위어스)

다음은 임순례 감독과의 일문일답.

▲ 카라와의 인연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2005년 정도에 가입했다. 대표를 맡게 된 건 2009년이다”

▲ ‘반려동물’의 의미란

“가족이라는 표현 대신 반려라는 표현을 이용하는 건, 반려동물이 가족보다 더 가까운 존재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제일 가까운 곳에서 감정을 나누는 대상이기에 반려라는 표현을 쓰는 게 아닐까”

▲ 반려동물이 삶에 끼친 영향은?

“(웃음) 어렸을 때부터 동물만 보면 마음이 무장해제가 되면서 엄마 미소가 떠오른다.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마음이 복잡할 때, 동물들을 보고 있으면 이기적인 마음이 소거되고 순수한 상태가 된다”

▲ 동물에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됐나?

“동생이 없어서 동네 개들을 포대기에 업고 다녔다. 온 동네 개하고 가까이 지냈다. 하교할 때면 온 동네 개들이 나를 쫓아 올 정도였다”

▲ 어떻게 카라의 대표를 맡게 된 건지?

“영화 촬영이 바쁘기 때문에 처음 대표직 제의가 들어왔을 때 2년 동안 고사했다. 그런데도 힘든 길을 선택한 이유는 어렸을 적 트라우마 때문이다. 어렸을 적에 같이 놀던 누렁이가 동네 어르신한테 몽둥이로 맞는 걸 봤다. 어르신은 개를 불에 그슬려서 잡아 드셨다. 그게 굉장히 트라우마로 남았다. 몇십 년이 지나도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그래서 카라의 제안을 끝까지 거절 할 수 없었다. 미안함이 남아있어서…(눈물)”

▲ 동물권이 뭔가?

“현실적으로 100% 동물권을 보호하자고 하면 전 세계인이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모든 의약실험도 중지되어야 한다. 생활 양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다루기 어려운 주제다. 원칙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 그런데도 나름대로 규정을 하자면 현실적인 제한은 인정하되 먹기 위해 기르던, 전시를 위해 기르던 동물에게 조금 나은 환경을 주는 것이 기본이다. 깨끗한 물, 충분한 음식, 사람과의 충분한 교류, 본능적인 몸짓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에는 우리가 동물의 그런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제는 우리가 동물의 권리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해줘야 한다. 그게 내가 정리한 동물권의 정의다”

(사진=위어스)
(사진=위어스)

▲ 우리가 동물권 향상을 위해 참여할 방법이 있다면

“화장품 같은데 보면 동물 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마크가 있다. 그런 제품을 사는 게 좋다. 최근 구찌나 베르사체 같은 곳에서 모피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거위 털이나 라쿤 털이 들어간 옷도 피해야 한다. 고기를 적게 먹는 방법도 있다. 동물복지 인증한 축산물은 많지 않지만, 동물 복지 인증된 계란은 종종 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분은 아이와 동물 쇼를 보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해외여행 시 동물을 이용한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 것도 좋다"

▲ 카라 소개 좀 해달라

“최근 이름을 바꾸려 한다. 동물보호 단체 카라에서 동물권 행동 카라로. 원래 카라의 의미는 한국 동물권 옹호자들(Korea Animal Rights Advocates)이다. 동물 복지 향상을 위한 모든 일을 한다. 많은 사람이 동물보호 단체는 유기견, 유기묘 관련 행사만 하는 줄 안다. 카라는 유기동물 이외에도 농장 동물, 전시 동물에도 관심이 있다. 동물권에 관련된 법 개정에도 신경 쓴다. 카라는 동물에 관한 의식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창립 초기부터 교육이나 캠페인에 방점을 두고 있다. 초등학생, 청소년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매회 1000회 가까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 우리나라에 유기견이 굉장히 많은데 수치화가 가능한가?

“통계상으로는 8만에서 10만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동물들이 훨씬 많다. 수치화를 하는 건 어렵다. 아무리 우리가 입양행사를 해도 버리는 숫자가 훨씬 많아서 감당이 안 된다"

▲ 그 강아지들이 다 생명을 유지할 수 있나?

“그중 30%가 입양되고, 15%가 주인을 다시 만난다. 나머지 반은 안락사 당한다. 다치거나 병들어서 죽는 경우도 많다”

▲ 유기견을 애초에 안 생기게 하려면?

“강아지를 판매하는 것에 대한 법이 없다. 철저한 규제와 감시가 필요하다. 반려동물을 입양하시는 분들의 책임도 중요하다. 심사숙고하셔서 가족으로 받아들이셔야 한다. 아이들이 사달라고 졸라서 사주는 건 안 된다. 반려동물이 늘 귀엽기만 한 건 아니다. 아이들에게 반려동물은 장난감이 아니라 끝까지 함께 해야 하는 존재라는 걸 인식 시켜줘야 한다”

▲ 강아지 중성화, 중요한가?

“모든 존재가 태어나서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 중성화 필요 없다. 하지만 새끼가 태어나도 보낼 만한 입양처가 충분치 않다. 의학적으로도 호르몬 조절을 해주면 수컷의 경우 공격성과 마킹이 줄어든다. 암컷의 경우는 중성화를 통해 자궁 축농증, 유선형 종양 등을 예방할 수 있다. 종종 중성화가 잔인한 거 아니냐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포인트는 모든 존재가 행복할 수 있냐는 거다. 그렇지 못하다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 개 입마개 법제화가 요즘 논의 중이다

“아직 실행한 건 아니다. 정부측에서 많은 분이 항의해서 체고 40cm 이상 개는 무조건 입마개를 해야 한다는 것에서 물러나 견 종별로 차이를 두기로 합의했다. 사실 입마개를 어렸을 때부터 하지 않은 개들은 힘들어한다. 모든 개가 물 수 있는 잠재력이 있으니 서로 간에 조심 해야 한다. 갑자기 만지려고 해서는 안되고, 맹견 소유주도 개를 잘 컨트롤 해야 한다. 서로 간의 합의 없이 체고만 보고 강압적으로 법을 실행해서는 안된다”

▲ 카라에서 파주에 보호소를 설치한다고 들었다

“카라에서는 원래 보호소를 운영하지 않았다. 한정된 재원을 구조와 보호소에 투여하게 되면 교육이나 캠페인에 몰두할 수가 없어서 그랬다. 우리가 우리 자체 보호소를 세우기보다는 열악한 사설 보호소를 후원하는데 정체성을 뒀다. 그런데 아무래도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 동물들이 늘어나서 한계에 부딪혔다. 파주에 보호소를 지어서 입양률을 높이기로 했다. 파주센터 설립에 시민 여러분의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사진='리틀 포레스트' 스틸컷)
(사진='리틀 포레스트' 스틸컷)

▲ 임 감독의 영화에 동물이 많이 나오던데, 가장 기억에 남는 동물은?

“다 기억에 남는다. 2010년에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이라는 영화를 찍었다. ‘먹보’라는 소와 함께 두 달 동안 전국을 돌아다녔다. ‘미안해 고마워’라는 영화에서는 고양이와 함께 영화를 찍었다. 최근에 개봉한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진돗개와 촬영했다”

▲ 동물 연기를 잘 끌어 내는 비법이 있나?

“(웃음) 그건 영업 비밀이다. 다른 영화감독보다는 동물을 자주 영화에 출연시킨다. 아무래도 평소에 동물과 친숙하고 관심이 많다 보니, 다른 영화 감독에 비해 유리한 부분이 있다”

▲ 동물과 영화 촬영시 지키는 규칙은?

“우리나라에는 아직 동물 촬영에 관한 규칙이 없다. 헐리우드에서는 동물 촬영 기준이 아동 촬영 기준과 같다. 하루 4시간 이상 촬영할 수 없고, 항상 수의사가 현장에 있어야 한다. 제 촬영장에는 항상 수의사와 견주가 있다. 다른 영화에서는 그렇게 안 한다. 다른 영화 촬영장에서는 보통 톱스타가 가장 먼저 찍는데, 우리 촬영장에서는 동물 먼저 찍는다. 그래서 이따금 연기자들이 불평 한다. 나는 무조건 애니멀 퍼스트다. (웃음) 김태리가 오죽하면 "‘리틀 포레스트’인 줄 알고 왔더니 ‘마음이’네요"라고 농담까지 했을까.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을 찍을 때는 소에게 유기농 사과를 먹이기도 했다. (웃음)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볼 때는 역차별로 느껴질 정도다”

▲ 리틀 포레스트에 나오는 ‘오구’를 선택한 이유는?

“일본 원작에는 고양이가 나온다. 원작에서는 주인공이 따로 떨어진 집에서 혼자 살지만, 치안이 나빠 보이지 않는다. 한국에서 젊은 여자 혼자 살고 있는데 우체부가 찾아오고 그러면 관객들의 마음이 불안할 것 같아 주인공을 지켜주는 역할로 큰 개를 선택했다. 진돗개가 그런 역할에 적합하고, 개인적으로 백구를 좋아하기도 한다. 시골에서 가장 흔한 개기도 하고. 영화 시나리오 쓸 때부터 생각했다”

▲ ‘오구’섭외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

“영화에 보면 작은 ‘오구’, 큰 ‘오구’가 나온다. 영화 촬영을 겨울에 시작했고, 동시에 두 마리의 강아지가 필요했다. 성견을 먼저 캐스팅을 했다. ‘진원이’이라고 2016년 말에 카라에서 구조했다. 양평 유기견 보호소에서 개 농장으로 개를 빼돌린다는 제보를 받았다. 양평 개 농장에 있는 26마리의 개를 구조했다. ‘진원이’는 그 인연으로 카라에서 돌보다가 입양을 갔다. 2016년 가을쯤에 카라 홍보 영상을 찍으면서 진원이를 출연시켰다. 그때 ‘진원이’를 캐스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서 ‘진원이’를 닮은 아기 백구를 캐스팅하려고 했다. 젊은 여자분이 천안 보호소에서 안락사 위기에 처한 강아지 5마리를 안타깝게 생각해서 구조해서 임시 보호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정보를 입수하고 그 집에 갔다. 처음 그 집에 갔을 때, ‘오구’가 나를 보고 소리를 지르고 도망쳤다. 이런 강아지를 데리고 어떻게 촬영을 하나 걱정했다. 막상 영화 촬영을 하면서 ‘오구’는 자연스럽게 사회화됐다. 이제는 입양 간 집에서 잘 지내고 있다. 지금은 너무 성격 좋은 개가 되었다"

▲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보면 마지막 장면에 ‘아주심기’를 한다. 단맛이 강한 양파를 키우기 위해서 땅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지 않고 한군데 깊이 심는 걸 ‘아주심기’라고 한다. 카라에게 ‘아주심기’ 할 땅은 어디인가?

“어려운 질문이다. 동물 쪽 NGO가 업무의 특성상 다른 분야에 비교해 힘들다. 동물과 관련된 분야가 너무 많다. 관련 법이 빨리 바뀌지도 않는다. 살아있는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문제는 계속해서 생긴다. 활동가들이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동물을 좋아해서 온 활동가들이 겪어 내기 어려운 일이 계속 발생한다. 그래도 많이 상황이 좋아졌다. 10년 전에 비교해 많은 사람이 카라의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후원도 해준다. 힘든 일들이 많지만, 그걸 다 겪어내고 단단해질 수 있고 '아주심기'를 할 수 있는 건 카라 회원들 덕이다. 여러분이 봄바람이고 햇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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