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女權)과 인권(人權) 사이] ④격동의 시대, 엇갈린 시선
[여권(女權)과 인권(人權) 사이] ④격동의 시대, 엇갈린 시선
  • 김서민 기자
  • 승인 2019.07.08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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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고백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발화점이 됐다. 용기 있는 고백 후에 문화, 예술, 사회 등 다양한 계층에서 피해 여성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피해 여성들은 역으로 고소를 당하기 일쑤였다. 미투운동으로 자리를 내놓은 남성은 많지만 진심어린 사과를 한 이는 없어 보인다. 그것이 ‘페미니즘’이라며 여혐까지 일으킨 미투운동 그 후, 격동의 시대를 맞은 페미니즘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짚어봤다. -편집자주- 

 

페미니즘은 본디 여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여러 형태의 사회적·정치적 운동과 이론들을 아우르는 용어다. 성평등을 주장하는 목소리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선 다양한 시선이 오간다. 논란의 아이콘이자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최근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자주 사용되는 용어만 보더라도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실감케 한다. 페미니즘과 자주 등장하는 단어인 백래시(Backlash)는 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 심리 및 행동을 이르는 말로 페미니즘으로 사상을 검증하고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사용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백래시 현상은 최근 사회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게임계였다. 남성 게임이용자들이 게임업체 직원들의 SNS를 사찰하고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퇴출을 요구하는 일이 벌어졌는데 한 업체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대학가에서도 페미니즘 검열이 활발하다. 이달 초 섹스칼럼리스트 은하선 씨는 서강대에서 강연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일부 학생들의 반발로 취소됐다. 연세대에서도 은하선 씨의 강연이 취소되고 반대 농성까지 이뤄졌으며 이 강연을 주최한 연세대 총여학생회 폐지 서명까지 이어졌다.  

2002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인터뷰에서 “아내 외의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발언에서 유래된 용어인 펜스룰은 미투 이후 성추행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행동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 여성들과의 교류를 배제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직장, 학교 내에서 이런 펜스룰이 번번히 일어나다보니 ‘펜스룰 방지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바른미래당 신용현 국회의원은 펜스룰 방지를 법제화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미투를 백래시, 펜스룰로 맞대응을 하는 것은 또 다른 방법으로 여성을 차별하는 방법이라고 지적을 당하고 있다. 

지난해 일어났던 홍대 누드 크로키 몰카 사건은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였다. 남성인 모델의 누드 몰카가 유포되고 이를 조롱하거나 몰카엔 몰카로 대처하고 격한 미러링 표현을 두고 일부는 페미니즘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지적을 한다. 홍대 몰카 사건의 가해자에 대한 수사 결과를 두고도 통상 몰카의 피해자였던 여성들이 차별을 지적하며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이외 유투버 양예원의 성추행 사건 등 사회적 이슈를 두고 성별 대립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성범죄를 두고 성대립이 더 시선이 몰리다 보니 사건의 본질이 무너지는 것은 아닐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페미니즘에 악의적 프레임을 만든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자신이 받은 차별과 피해 경험을 드러내는 것을 두고 여성의 발언권이 세졌다고 하고 젠더권력이 역전됐다고 보는 것은 굉장한 왜곡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스로 개선하려 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 자신을 성찰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일상 속 성폭력이나 성차별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공동의 규범으로 만들어가는 것에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범죄로 규정짓고 제도 개선을 하지 않더라도 문제를 인식하고 지적, 개선할 수 있는 규칙을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다. 단순히 남녀 갈등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착시현상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 여전히 갈 길이 먼 페미니즘 

미투 운동이 일어난지 1년이 훌쩍 지났다. 긍정적인 변화도 이뤄놨지만 결과로만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체감한다.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 검사의 사건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지난해 4월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검사장) 등 전·현직 검찰 관계자 7명을 기소하는 선에서 조사를 끝냈다. 핵심 인물인 안 전 검사장의 구속영장도 기각돼 서 검사 측은 부실수사라고 지적했다. 미투 폭로로 구속 수사를 받은 이는 이윤택 연출가와 김해 극단 번작이의 조증윤 전 대표 정도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에 따르면 20대 국회가 개원한 2016년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회에 제출된 성폭력 처벌 및 피해 지원에 관련된 법안은 총 139건으로 올 한해만 58건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처리는 지지부진하다.  

피해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은 2차 피해다. 유투버 양예원 씨는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스튜디오 측과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논란에 휘말렸다. 메시지에는 촬영 일정을 논의하는 내용만이 담겨있었으나 무고죄 특별법 제정 청원까지 등장했다. 또 피해사실을 공개적으로 얘기해도 가해자로부터 역고소 당할 수 있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미투 운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게 이유로 폐지에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그나마 법무부가 검찰의 무고 관련 ‘성폭력 수사매뉴얼’을 개정하는 등 성폭력 피해 신고시스템을 개선했다는 점은 괄목할 만한 성과다. 개정된 지침에 따르면 법무부, 경찰은 성범죄 피해자들이 무고로 고소될 경우 성폭력사건 수사가 종료될 때까지 무고에 대한 수사는 중단하기로 했다. 성폭력 피해사실 공개로 인해 사실적시 명예훼손 사건으로 고소될 경우는 위법성 조각사유로 볼 수 있는지 검토 중인 상황이다.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징계령 개정안 등을 통해 공무원의 성 관련 비위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는 규정을 마련하기도 했다.  
   
한국여성연구원 박선영 박사는 “우리나라에 성범죄에 대해 처벌하는 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드러내지 못하고 응어리를 가지고 있었다. 피해를 드러내는 방식도 국가 시스템이 아닌 폭로였다. 피해자에 대한 지원체계가 갖춰지지 않아서다. 피해자 중심의 지원체계를 어떻게 재구조해야 할지 숙제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며 “제도적으로 다 중요하지만 2차 피해를 막아줄 수 없으면 치유가 될 수 없고 그 구조는 유지된다. 어떻게 제도적으로 접근해야 되는지 고민이 많이 있다”고 밝혔다.  

또 연령에 따른 젠더 민감성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했다. 박선영 연구원은 “대학생들과 간담회를 한 적이 있는데 하나같이 몰카 대책을 만들어달라고 하더라. 심지어 화장실 안에 CCTV를 달아달라고 할 정도다. 여성들이 얼마나 공포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게 느껴지고 2030에겐 어마무시하다. 폭력에 대한 정책에서도 2030의 의제는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젠더의 민감성이 연령에 따라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의 영역에서도 듣는 방식이나 정책에 포함되는 것들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여성이라고 단일 집단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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