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女權)과 인권(人權) 사이] ②검열 당하는 걸그룹과 미투 폭로한 드라마
[여권(女權)과 인권(人權) 사이] ②검열 당하는 걸그룹과 미투 폭로한 드라마
  • 김서민 기자
  • 승인 2019.07.08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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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고백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발화점이 됐다. 용기 있는 고백 후에 문화, 예술, 사회 등 다양한 계층에서 피해 여성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피해 여성들은 역으로 고소를 당하기 일쑤였다. 미투운동으로 자리를 내놓은 남성은 많지만 진심어린 사과를 한 이는 없어 보인다. 그것이 ‘페미니즘’이라며 여혐까지 일으킨 미투운동 그 후, 격동의 시대를 맞은 페미니즘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짚어봤다. -편집자주- 

 

대중문화에도 미투운동의 영향력은 확실히 작용을 했다.   

지난해 5월 2018 백상예술대상에서 눈에 띄었던 수상자는 방송인 송은이었다. 송은이는 26년 만에 백상예술대상에 초대가 됐다고 밝혔고 이 말 속에서 여성 예능인이 상 하나를 받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과 고충이 있어야 하는지가 여실히 드러났다. 남성 중심의 예능계에서 방송사가 아니라도 콘텐츠를 만들며 새로운 길을 개척한 송은이의 공을 알아준 상이기 때문에 더 의미가 깊다. 

미투 현실은 드라마에서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방송된 JTBC ‘미스 함무라비’는 여성에 대한 남성차별적 시선에 대응하는 여자 캐릭터로 호응을 얻고 있다. 이 드라마 속 주인공 박차오음(고아라)는 성추행하는 중년 남성에 니킥을 선사하고 짧은 치마를 지적하는 상사에게 대응하기 위해 온몸을 가리는 이슬람 의상인 차도르로 바꿔 입거나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사이다를 선사한다.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연상연하 커플에 대한 뜨거운 지지를 받은 작품이기도 하지만 30대 여성 캐릭터 윤진아가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특히 극중에서 윤진아는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폭로하는 미투 피해자였고 그를 둘러싼 직장 내 관계 변화와 남성들의 펜스룰까지 현실적으로 다뤄냈다. 

사회적 이슈를 담아내는 미디어의 변화가 당연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걸 실감한다. 대표적인 예가 tvN ‘나의 아저씨’다. 시작 전부터 남녀 캐릭터와 연기하는 배우의 나이 차이에 문제를 제기했던 대중들은 방송 첫 회에 등장한 여성을 폭행하는 남자 캐릭터를 지적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다수의 민원이 접수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의견제시를 의결했다. 

지속적인 성추문이 일어났던 영화계에는 지난해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을 출범했다. 2017년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7년 한국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감독이 연출한 상업영화는 총 83편 중 7편(8.4%), 영화정보 기준 주연 크레딧에 가장 처음 여성이 나오는 여성주연 작품은 총 66편 중 17편(25.8%)이었다. 흥행 영화 10위권 내엔 여성 감독의 작품도, 여성 원톱이나 주연급의 캐릭터가 나오는 작품은 없었다. 올해 상반기가 다 지나지도 않았기 때문에 달라졌다고 판단하기엔 이르지만 여성 감독과 캐릭터가 눈에 띄는 작품이 간간히 보이기 시작한다. 일단 올해 개봉 영화 중 ‘리틀 포레스트’는 여성 감독의 여성 원톱 주연의 작품으로 흥행 순위 8위에 올라있고 여성 캐릭터가 중요한 위치에 있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 ‘궁합’도 10위권 내에 올라있다. 여성 캐릭터를 도구적으로 소비하거나 남자들만 등장하는 일명 ‘알탕영화’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는 관객들도 많아 촉각이 곤두서는 문제이기도 하다.  

여성 영화에 대한 관심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여성 영화인을 주목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지난해 20주년을 맞았다. 20주년답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장편경쟁부문을 신설했고 현 시의성과 맞아 떨어지는 페미니즘컨퍼런스와 캐나다의 페미니즘 미디어 비평가 아니타 사키시안이 특별 강연을 예정하기도 했다. 국내 가장 오래된 비경쟁 독립영화제인 제23회 인디포럼2018 영화제는 올해 개막작으로 최근 독립영화계의 최대 화두인 여성 서사를 다룬 두 편의 작품 '언프리티 영미'(감독 이영미)와 '마리'(감독 김민지)가 선정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김선아 집행위원장은 “서울여성영화제라는 명칭으로 최초로 개막할 당시에는 커뮤니티로서의 성격이 강했다면, 현재는 일상의 페미니즘으로 느낄 만큼 여성주의가 보편화되었고 대중성을 획득해 네트워크로서 성장했다”며 “지난 20년간 관객들과 함께 만들어 온 영화제인만큼 모두가 즐기는 축제를 만드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 걸그룹 향한 과한 검열은은 괜찮나?

미디어 속 여성에 대한 시선이 예민해지고 조심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곤 있지만 여전히 여성에 대한 폭력적인 시선은 존재한다. 올해 인기 걸그룹 멤버들이 일부 남성들의 공격에 표적이 됐다. 이유는 페미니즘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을 내보였다는 것뿐이었다. 

에이핑크 손나은은 ‘Girls can do anything’라는 문구가 써진 핸드폰 케이스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페미니스트로 몰린 바 있다. 레드벨벳 아이린은 페미니즘 대표서적인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밝혀 뭇매를 맞았다. 수지는 최근 성추행 당한 사실을 폭로한 유투버의 사건 청원에 동의를 했다가 법적 대응까지 하게 됐다. 수지가 동의한 청원 속 스튜디오가 실제 사건과 연루된 곳이 아니었고 해당 스튜디오는 유명인인 수지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수지의 선의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튀었다. 설현은 수지의 SNS에 ‘좋아요’를 눌러 페미니스트라는 의혹을 받았다. 심지어 그가 페미니즘과 관련해 논란을 일으킨 유아인, 아이유, 유병재 등 언팔로잉을 했다는 것만으로 페미니스트 검증에 나서기도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까지 통제하려는 어긋난 잣대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페미니즘은 현 사회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데 이들이 페미니스트라고 당당히 밝힌다고 해도 문제가 될 만한 상황이 아니다. 

국내 최초 젠더 토크쇼로 화제를 모았던 EBS ‘까칠남녀’는 불명예스러운 퇴장을 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성소수자 특집을 방송했다가 일부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그 중 섹스 칼럼리스트인 은하선 씨가 하차 통보를 받으면서 논란이 됐고 다른 패널들이 하차에 반대하며 녹화 보이콧을 선언해 마지막회 녹화가 취소되는 상황을 맞았다. ‘까칠남녀’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10개 시민단체는 ‘EBS 까칠남녀 폐지 인권침해·차별 국가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 차별에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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