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소사이어티] ‘세계 인구의 날’ 생각해 볼 당신의 노후
[북소사이어티] ‘세계 인구의 날’ 생각해 볼 당신의 노후
  • 문하영 기자
  • 승인 2019.07.11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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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국제연합은 1987년 세계인구가 50억명을 넘어선 것을 기념하며 매년 7월 11일을 세계 인구의 날로 정했다. 이 날만 되면 인류가 장차 직면하게 될 심각한 사태에 대비해 세계규모의 인구전략을 모색하는 연구들이 쏟아지곤 한다. 대부분 연구들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인구절벽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다. 인구 문제라고 하면 대부분은 저출산 수치들을 떠올린다. 저출산도 문제지만 초고령화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 상황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경제인구 감소는 물론 심각한 복지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에 저출산 다음으로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소수의 젊은이들이 다수의 노년층을 먹여 살려야 하는 상황 역시 국가 재정은 물론 개인 가계까지 뒤흔드는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 때문에 자립해서 살 수 없게 되었을 때의 생활, 독거노인 문제, 노인복지와 정책의 한계 등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토론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민국 역시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노인빈곤율은 47.7%에 달한다. 노인 5명 중 1명은 우울증 환자이며, 134만 명의 독거노인이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한 해 평균 300여 건의 노인 고독사가 발생하고, 제주도 인구보다 많은 75만 명의 노인이 치매다. 이 가운데 청년층 사이에서는 혐로(嫌老) 현상까지 생겨났다. 청년 세대들은 ‘틀딱충(틀니딱딱+벌레)’·‘할매미(할머니+매미)’·‘연금충(국민연금으로 연명하는 벌레)’ 등 노인을 비하하는 단어들로 노인을 조롱한다. 우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인간에겐, 특히 대한민국은 도덕심과 경로사상, 윤리의식이 강한 편이지만 만약 이같은 마음으로 해결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가 닥친다면 현대판 ‘고려장’이 부활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이 가운데 아주 파격적으로 악화일로의 노인 혐오 사회를 그린 작품이 있다. 무척 비현실적임에도 결코 얼토당토 않는 비현실이라 치부하기 힘든 박형서 작가의 ‘당신의 노후’다.

사진=현대문학
사진=현대문학

거친 상상력으로 고령화 사회의 미래를 그린 이 작품은 사회의 생존과 인간의 인권이 명백히 대립하는 모습을 담아낸다. 소설 초반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소 미심쩍긴 하지만 ‘노인이라서’ 가능한 죽음을 맞는다. 상습적인 쓰레기 불법 투기, 유년 시절 담배를 훔친 기억, 두 어번 고의성 없는 세금 체납 정도의 죄를 지으며 살았던 77세 노인은 침대와 벽 사이에 끼어 숨진 채 발견된다. 그런가 하면 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직, 모범적인 생활을 이어가던 노인은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돌연사가 충분히 가능한 나이. 그러나 이는 모두 공무원들의 소행. 국가의 지침이다. 소설 속에는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노인들을 죽이는 국민연금공단의 노령연금 TF팀이 존재한다.

주인공인 장길도라는 70세 노인 역시 이 TF팀에서 적색리스트를 처리하는 일을 해오다 정년퇴직한 인물이다. 그러나 아홉 살 연상 아내가 노령연금 100% 수급자가 되면서 장길도의 평온한 인생이 뒤틀린다. 평생 냈던 금액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수급해가는 노인들을 분류한 적색리스트에 아내가 포함된 것이다. 이들은 왜 죽어야만 하는가. ‘국가와 젊은이들에게 해악을 끼친다’ ‘늙은이란 등골을 빼먹는 존재’라는 것이 이 살인의 명분인 셈이다. 누구보다 조직과 국가에 충성하며 평생을 살아온 장길도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를 앗아가려는 국가와 마주하고야 이 시스템의 잔인함에 몸서리친다. 그는 아내를 구하기 위해 국가와의 싸움을 시작한다.

‘당신의 노후’는 가벼운 길이의 중편인데다 빠른 전개로 술술 읽히지만 그 무게만큼은 10권짜리 대하소설보다 묵직하다. 누군가의 부모이자 소중한 존재였을 이들이 노인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노인의 쓸모’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사회도 끔찍하다. 그러나 노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소설 속의 미래에서 이같은 생각은 당연한 것으로 비춰진다. 노인들이 태반인 사회에서 국가와 가계 경제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는 젊은이들에겐 자신들의 미래를 떠올릴 겨를이 없다. ‘누구나 늙는다’는 이 단순하고 절대적인 명제가 경제적 효율 안에서 철저히 외면당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비인간적 행태의 중심은 다름 아닌 국가다. 공공기관이 노인들을 죽여 없앤다는 섬뜩한 스토리는 작가의 상상력으로 빚어낸 것이지만 결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설정 탓에 독자들 사이에서 작가가 노후에 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이 작품의 무게이기도 하다. 젊음은 결코 영원하지 않다. 누구나 언젠가는 늙는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무조건 노인을 부양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을까. 만약 노인을 위해 젊은이들이 삶의 희망을 잃게 되는 상황이 생긴다면? 현대사회는 그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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