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보인다] 200년 동안 바뀌지 않은 '화장실'에 세상을 바꿀 혁신이 있다?
[알아야 보인다] 200년 동안 바뀌지 않은 '화장실'에 세상을 바꿀 혁신이 있다?
  • 문하영 기자
  • 승인 2019.07.08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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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세상을 당연히 여기는 이들은 많아도 ‘어떻게’ 더불어 살지에 대해 생각해본 이는 드뭅니다. 이에 더해 경제 악화, 계층 간 격차 심화, 노령화 등 다양한 사회현상들은 사회공헌의 필요성과 가치를 높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각종 사회공헌 분야 면면을 들여다보면 천편일률적 방식들이 실질적 도움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정책 역시 미비하거나 정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죠. 많이 알수록 넓게 보인다고 했습니다. 함께 사는 세상 역시 효율적이고 현명한 방법과 생각들이 모여 이뤄집니다. 이에 위어스는 [알아야 보인다]를 통해 다양한 해외 사회공헌 활동들을 조명하고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거나 국내에서 활용해볼 만한 활동 및 정책들을 살펴 더 나은 사회 구현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편집자주

사진=게이츠파운데이션 영상 캡처
사진=게이츠파운데이션 영상 캡처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생활 곳곳 다양한 요소들이 인간이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로 급변하고 있죠.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무려 200년 동안이요. 어떤 부분일까요? 바로 화장실입니다. 수세식 화장실의 등장 후 200년여 간 화장실의 모습과 기술은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합니다. 자동센서라든지, 화장실 향균커버 도입이라든지 세세한 부분들은 바뀌어왔지만 말하자면 완전히 다른 방식의 ‘혁신’은 없었다는 것이죠. 이 부분에 주목한 이가 있습니다. 그는 화장실이 지금까지의 모습에서 혁신을 이룰 때 환경을 살릴 수 있고, 에너지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고 수많은 개발도상국의 열악한 비위생적 화장실을 바꿔 전염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아까운 목숨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일석삼조의 아이디어는 그가 가진 막대한 자본력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빌 게이츠입니다.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한 아버지죠. 그는 전세계 25억명이 비위생적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고, 후진국에서는 한 해에만 50만명이 넘는 아이들이 배설물에 오염된 물과 음식물로 인해 세균에 감염되고 생명을 잃게 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습니다. 25억명은 무려 세계 인구의 40%에 육박하는 인원입니다. 그래서 자신과 아내의 이름을 딴 재단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를 통해 2011년부터 약 2억 달러(2359억원) 이상을 투자, 이른바 ‘화장실 재발명’ 프로젝트를 실시 중입니다.

취지를 밝히고 자금을 내놓은 이듬해인 2012년 곧바로 화장실 재발명 박람회가 열리기도 했죠.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팀은 태양열을 이용해 물을 재활용하고, 배설물을 저장 가능한 에너지로 바꾸는 방식의 화장실을 내놓아 1등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그 뒤를 이어 화장실 오수를 바이오연료와 깨끗한 물로 바꾸는 기술을 내놓은 영국 러프버러대학 연구팀,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배설물을 미네랄과 물로 전환하는 방식 등이 각광받기도 했죠.

사진=게이츠노트(Gatesnotes) 홈페이지 캡처
사진=게이츠노트(Gatesnotes) 홈페이지 캡처

이미 실용화 단계에 들어선 화장실들도 있습니다. 중국 장수성 한 초등학교에 설치된 ‘에코산(Eco-san)’사 화장실은 캘리포니아 공대가 발명한 것으로 대소변을 전기분해와 미세필터를 통해 여과시키는 원리입니다. 액체는 재사용, 고체는 1년에 한번 제거하면 되는데 전력은 지붕의 태양광 패널을 통해서 공급받으며, 내부에서 사용되는 물은 소변을 재활용한다고 하네요. 물부족 현상에 시달리는 지구에서 물자원을 아끼기에 적격으로 보입니다.

가나에서 테스트 중인 영국 크랜필드 대학의 ‘나노막 화장실’은 물이나 외부 에너지가 필요없습니다. 이 변기는 건조 후 소각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사용자가 일주일에 한번 변기 안에 남은 잿더미를 치우기만 하면 됩니다. 변기 뚜껑을 닫는 즉시 배설물은 외부와 차단된 탱크에 담겨지고 탱크 안에서 건조를 거친 알갱이들은 작은 소각로에서 태워집니다. 이는 전기에너지 생산으로 이어져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답니다. 이 화장실의 경우는 빌 게이츠 재단 대회에서 2015년 수상, 500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아 상용화에 이르렀다고 해요. 이 밖에 마다가스카르에 있는 ‘Loowatt’의 화장실은 물 없이 생분해성 밀봉팩에 배설물이 담겨 냄새와 오염을 차단합니다. 이 팩은 물 없이 미생물을 통해 자연 분해되며 천연 메탄가스를 만들어 내기까지 해 역시 저전력 충전도 가능한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이 화장실의 경우는 개발도상국 뿐 아니라 야외 행사 등에서 설치되는 간이 화장실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점에서 각광받습니다.

사진=게이츠파운데이션 영상 및 홈페이지 캡처
사진=게이츠파운데이션 영상 및 홈페이지 캡처

아직 이처럼 좋은 화장실들이 상용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비용 때문입니다. 일반적 화장실보다 무척 고가의 설치 비용이 들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지난해 빌 게이츠가 베이징에서 열린 화장실 재발명 엑스포에서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금의 비용투자는 모두의 안전과 미래의 환경에 결코 고가의 낭비라 볼 수 없습니다. 그는 그 자리에서 화장실로 인해 수십억명의 인구가 위험에 처했고, 아이들이 얼마나 죽어나가는지를 밝히며 “전세계가 약 223억 달러(26조 3000억여 원) 의 경제적 손해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빌 게이츠는 2억 달러를 더 투자해 자급형 화장실을 빈곤한 국가들에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있는데요. 이는 한 명의 부자, 돈 많은 재단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걸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각국에서 이같은 혁신적 화장실에 주목하는 이유도 미래 가치 때문이겠지요. 앞으로도 인류가 살아가야 할 지구이기에 당장의 비용만 생각하고 계산기를 두드리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환경과 인간을 생각한 정책과 기술을 도입하는 일, 진지하게 고민하고 몰두하고 연구할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만약 경제적 관점에서 논하며 혹시 ‘쓸데없는 일’이라 말하는 이가 있다면 빌 게이츠의 한마디를 더 덧붙이겠습니다. 기술로 세계 톱 부자가 된 빌 게이츠는 이 화장실 재발명 프로젝트가 “사회공헌은 물론이고 비즈니스적으로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 단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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